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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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항상 얘기 한다. 배부른 돼지 따위는 되지 않겠다고. 꼬박꼬박 밥 잘 나오는 군대보다 쫄쫄 굶었어도 대학다닐 때가 좋았다고. 사람들은 이런 나를 철없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 하지만 일신의 안일을 먼저 구하는 그들이야 말로 내 보기에 더 딱한 모습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나 자신을 속이면서 부끄럽게 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대상을 확대하면서 시작됐다. 게다가 새로운 대상은 배부른 돼지가 되는데 거리낌이 없고, 딱한 모습의 사람들과 같은 행동 패턴을 나에게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갈등의 시작이다.

1.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 장가를 갔다.
두 쪽 친구(?!)다.
신부도 좋은사람.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축가도 불러주었다.
과연 패왕별희의 데이(장국영)가 이러했는가.
그렇다고 나의 성(性)정체성을 의심한다면 섭섭하다.

2.
치열한 대한민국 필드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스킬 중 하나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내 나름의 잣대이다.
특징이라면 긴 시전시간과 그에 비례하는 막강 데미지.
작렬하는 데미지에 살아남는 타겟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없는걸까?
라고 한다면 무책임할까?
책임질 일도 아닌데 뭐 어때.
이러고있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가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이제 막 눈을 뗀 녀석에서 걷는 녀석까지
자신들의 아이를 하나씩 데리고 나왔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찬 바람이 들더라.
왜 영화에서 보던 화면처럼 주변이 뿌옇게 흐려지고 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이 있고.
정작 내 자신은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
내가 기름이 된 상황.

아니 친구들이 부럽거나 내 자신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결국엔 내 친구들도 똑같구나. 결혼해서 아이낳고… 집값이 어떻고…
행복할까? 결혼이 행복인가? 아이가 행복인가? 평범함이 행복인가?

녀석들에게 뭘 기대한건 아니었는데.
친구녀석들 중 누군가에게서 모범적인(?) 일탈의 롤모델을 바란걸까.
내가 괴짜, 기인이 되어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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