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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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

휴대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이 50명을 넘는 경우가 없고, 그마저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등록한 회사 사람들이다. 2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항상 붙어다니던 (마음 터 놓는 진짜)친구 세 명이 있지만 모두 결혼을 해버린 뒤로는 얼굴 보기 조차 쉽지 않다. 최소한 내 쪽에서 먼저 불러내는 일은 없다. 아무리 그들의 배우자들과도 친하다고 해도 그들에게 미안해서 먼저 말 못한다.

어쨋든 이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해 버린 뒤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게 더욱 익숙해졌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서점에 가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스키장에 간다 - 덕분에 책과 더 가까워졌다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TV는 알람시계로 사용하고, 걸그룹 이름하나 제대로 모르고, 육식보다 채식을 좋아하고, 돈에 큰 관심도 없고, 국제 운동경기에도 관심없고, 술은 못하고, 담배는 끊었다. 때문인지 사람들과 만나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주제를 찾는 일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딴에는 노력해서 말도 많이 하고 리액션도 적극적으로 해보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기연민에 절망하고 결과는 ‘드립’으로 끝나버린다.

아이돌 허벅지에 관심 없다고 껴주지도 않는 더러운 세상 퉤!

1.
오랜만에 전 직장 사람들을 만났는데 몹시 심각한 표정으로 날 보고 늙었다고 한다. 나도 가끔 거울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직접 듣게 되니 가슴이 철렁한다. 마침 크림도 다 떨어졌고, 좋은 걸로 하나 사야겠다. 에센스가 좋단다. 알아봐야지.

라고 임시저장 해 두었다가 이어서 쓴다.
몇 일전 수분크림하고 에센스 샀다. 에센스라는거 그렇게 비싼건 줄 몰랐다. 양도 개미 똥 만큼 들었다. 2009년만 같았어도 콧방귀도 안 뀔 일이겠으나 노화가 지갑을 연다. 평소 교양있는 도시남자 답게 라르고 템포의 동작으로 우아하게 결재하려 했으나 비싸니까 그게 안되ㅋㅋㅋㅋ 찌질찌질 샘플 많이 얻어왔다.

2.
KT로 통신사를 옮기고 나서 스팸이 부쩍 늘었다. 어떻게 좀 안될까.

3.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녀석은 이른바 집이 좀 사는 녀석이다. 몇 년전 윤리적 이유를 들이대면서 정치적 문제로 약간의 말다툼을 한 일이 있긴 했지만 그 녀석이 수구정당과 수구언론을 지지하는 것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 녀석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서울 시장 선거가 있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게 투표하자. 천하의 등신이 되지 말자.

4.
이쁜 여자 보다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사이의 거리라는 말을 가장 실감 할 때 이기도 하다.

1.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 장가를 갔다.
두 쪽 친구(?!)다.
신부도 좋은사람.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축가도 불러주었다.
과연 패왕별희의 데이(장국영)가 이러했는가.
그렇다고 나의 성(性)정체성을 의심한다면 섭섭하다.

2.
치열한 대한민국 필드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스킬 중 하나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내 나름의 잣대이다.
특징이라면 긴 시전시간과 그에 비례하는 막강 데미지.
작렬하는 데미지에 살아남는 타겟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없는걸까?
라고 한다면 무책임할까?
책임질 일도 아닌데 뭐 어때.
이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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