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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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기다린 아이폰을 갖게 됐고,  9년을 함께 살았던 시츄녀석을 2일만에 잃고, 5년만에 일 때문에 회사에서 아침을 맞았다. 1주일째 변비에 시달리고 있고, 2번째로 쳐 본 볼링에서 100점을 넘었고, 밤 10시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알바생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영하 10도의 날씨에 쓰레기를 뒤지는 고양이한테 방해가 될까 돌아서 집에갔다. 1000만원을 예금통장에 넣었고, 월 50만원 적금에 가입했다. 주말 치과치료 견적이 18만원이고, 카드값은 0 하나가 더 붙었다.

아침 출근길에 회사 근처 병원에 맡기고 출근했다.
인공호흡까지 했는데 방금 숨을 거두었다는 말을 들었을때, 순간 눈앞이 흐릿해지고 그 짧은 시간에 이 녀석 뛰어놀던 기억들이 오버랩된다. 시발 역겹게도 이제 귀찮은 일 하나 없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놀랍고 혐오스럽다.
어제 혼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제 출근때 까지 멀쩡했던 녀석이 퇴근 후 만났을 때 이미 문제가 있어보였다. 어제 밤 늦게라도 당장 병원에 데려갔어야 했는데, 난 씨발 존나 게으르고 무책임한 새끼다.
최근 추운 날씨를 핑계로 산책도 한번 같이 나가지 못한게 너무 후회된다. 하물며 집 안에서 조차 놀아주지 못했는데. 아 시팔 자꾸 욕이 나오고 눈물이 나오려 한다. 콧물이 흐르고 코가 막힌다.
의사 선생 팔에 안겨 문밖으로 날 바라보던 눈이 자꾸 생각난다. 퇴근하고 데리러 온다고 마음으로 얘기했는데 직접 말해줄걸 후회된다. ’병원가자’가 내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었다.
의사 팔에 안겨 날 보던 눈은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눈이었다. 이따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 시팔 자꾸 눈물이 난다.
낯선 곳에서 혼자 고통스럽게 그렇게 보냈을 걸 생각하면 아 시발 가슴이 너무 아프다. 정말 미안하다. 야링아 정말 미안해.

우리 집엔 사람 말고 시츄도 산다. 야링이라 부른다. 몸무게가 9Kg에 육박한다. 녀석의 뱃살에서는 흡사 자바의 포스를 엿볼 수 있고, 후덕한 풍채 만큼이나 인덕(견덕?) 또한 대인(대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가공할 배를 깔고 엎드리면 광활하면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등판은 고스톱 뿐 아니라  젠가까지 구현할 수 있을 정도다.

자바 더 헛

자바 더 헛의 포스

얼마전 방문한 동물병원에서 기겁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강력하게 권유한 이유도 있고, 아직 신방도 차리지 못한 숙녀분인 이유도 있고 해서 매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처음 몇 일간은 문밖만 나서면 진상이 됐었다. 냅다 정신줄을 놓고 발광을 해대는 바람에 채 10분도 안되 지쳐버려서 내 팔에 안겨 돌아와야 했는데 요즘엔 30분 정도 같이 걸을 수 있게 됐다.

터치를 들고 나가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하고, 동네 처녀 구경도 하고, 날씨까지 선선해져 야링 뿐 아니라 나도 산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센스 있고 교양 있는 도시남자 답게 채변봉투(?) 대용 신문지를 함께 들고 산책을 나선다. 신문지 2장 정도 들고 나서면 일 처리 하기 딱 좋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는데 아니 글쎄 이 자식이 두 번에 걸쳐 나눠 싼다! 게다가 이 자식 풀이 엉덩이 찌르는 걸 싫어해서 널직한 도로에서만 일을 보는데 첫 회에 신문지를 다 써버린 나는 아주 환장 할 노릇이다. 얼씨구 어제는 무려 세 번을 나눠 쌌다. 야링아 제발 매너 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