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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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포르노를 만들때 여자는 멜로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던가? 그 말이 사실이든 구라든 많은 멜로 영화들이 여자들이 원하는 바에 맞춰져 있다는데 동의한다. 왜, 남자들이 포르노에서 섹스 판타지를 그릴 때, 여자들은 멜로 영화에서 일편단심 왕자님을 그리고 있잖냐. 너무 일반화 해버리는 것 같아도 이해하자. 나 멜로 영화 안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혼자 심야로 이런 영화를 본 이유는 내가 게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도대체가 맘에 드는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전 여기저기서 줏어 읽은 평도 괜찮았고.
어쨋는 결론적으로 기대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영화는 다분히 남자의 관점에서 - 어쩌면 남자를 위한 멜로 영화 - 이야기를 풀어가고 500일간의 시간이 엉켜있지만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발랄하고 귀엽고 스마트하다는 거다. 예스맨에서 처음 보고 반해버린 주이 데샤넬은 여전히 매력있고, 레지나 스펙터의 Us에서 부터 스미스의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까지 적절한 영화 음악도 한 몫한다.

덧.
- 여름휴가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 영화 아니다.
-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 완전 귀엽다.
- 얼른 이케아가 들어와야 소꿉놀이를 하지.
- 헤드폰에서 새어 나오는 스미스를 듣고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여자는… 아마 판타지일거다.

이렇게 감흥없는 공익광고도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되는 광고가 한 편 있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광고인데, 불법다운로드 근절 공익 광고. 선생님이 수험생에게 힘들더라도 참고 기다리자 해놓고 자신은 기다리지 않고 영화를 다운 받아 보는 이중인격을 질타하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작곡가가 작품 운운하면서 영화를 다운 받고, 장인정신이 살아있다며 명품가방을 사놓고 영화를 다운 받아 보는 얘기들이 있다.

2MB를 대통령으로 뽑은 사람들에게 양심에 호소하는 이런 광고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거지. 개정된 저작권법 따위로는 신나게 욕만 먹는거야. 나는 양심이 썩었네 어쩌네 보다 남친, 여친 없는 사람들이 혼자가서 영화를 봐도 부끄러운 일이 아닌 분위기를 만드는게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해.

아뭏튼 이런 공익광고 좋다. 혹시라도 날로 먹을 생각말고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이고 근성있게 캠페인 하자. 영어 교육 반만큼만 도덕교육에 애를 써도 되겠다. 그리고 팝콘값 좀 내리자. 팝콘이지 금콘이냐. 똑같은 음료수가 극장에선 왜 더 비싼데.

그런데 최근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꿀리지 않는 공익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보이스피싱 공익광고. 하늘에서 휴대폰이 마구 떨어지고 사람들이 낚인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주 피해자가 나이 좀 있는 어른들임을 생각할 때 이 광고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든게 확실하다. 아니면 담당자가 생각이 없거나. 이런 광고를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얼마나 이해하겠니. 보이스피싱 용어도 그래. 어렵자나~ 그냥 전화사기라고 하면 안되?

그런가하면 씨네큐브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좁고 비싼 주차장이 섭섭하고, 팝콘이 없다고 찌질찌질 했어도 매번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들을 보여주고, 혼자가도 부담없는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상실감이 크다. 디스 이즈 잉글랜드가 마지막 상영작이 될 모양이다. 주말에 조용히 다녀와야 겠다. 아흑 /지못미.

꼭 보고 싶었다. 혹시나 국내에서 개봉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에 공식사이트 메일링 뉴스레터까지 몇 개월째 받아 보는 중이었다. 시간은 빨리도 간다. 뉴스레터를 열어 보지도 않고 휴지통에 버린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거의 포기하고 있던 차에 개봉 소식을 접했으니 애가 얼마나 반가웠겠냐. 감독의 이전작 헬베티카를 자막이 없어서 봤어도 봤다고 말 못하는 길동이 맘이었으니 기쁨은 배가 됐다.

영화의 내용은 특별할 것 없었다. 학교, 책, 인터넷 등에서 배우고 익혀왔던 내용들 디자인/디자이너는 사용자가 되는 것이고, 단순함이고, 이제는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해야 한다. 리처드 파인만 생각의 탄생의  ‘감정이입’, 마에다 아저씨의 단순법칙, 첫 직장 스승님이 입버릇 처럼 얘기하던 ‘디자이너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 등 최근의 기억부터 하나, 둘 씩 기억들을 일으켜 복습을 하게 됐다.

조나단 아이브의 어리숙한 말솜씨와 크리스 뱅글의 카리스마,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IDEO 노트북 할아버지의 온화함이 참 인상적이다. 물론 카람 라시드의 공격적인 말투와 도발적인 외모도 절대 뺄 수 없다.

감독이 WilcoDeath Cap for Cutie 의 다큐멘터리도 제작 했었다고해서 음악도 비슷한 걸 듣는구나 주의 깊게 듣게 됐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최근 뉴스레터에서는 El Ten Eleven의 사진도 볼 수 있다.

El Ten Eleven, with live jet accompan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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