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You are currently browsing articles tagged 친구.

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

휴대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이 50명을 넘는 경우가 없고, 그마저도 대부분 형식적으로 등록한 회사 사람들이다. 20년 넘게 친하게 지내는 항상 붙어다니던 (마음 터 놓는 진짜)친구 세 명이 있지만 모두 결혼을 해버린 뒤로는 얼굴 보기 조차 쉽지 않다. 최소한 내 쪽에서 먼저 불러내는 일은 없다. 아무리 그들의 배우자들과도 친하다고 해도 그들에게 미안해서 먼저 말 못한다.

어쨋든 이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해 버린 뒤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게 더욱 익숙해졌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서점에 가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스키장에 간다 - 덕분에 책과 더 가까워졌다는건 고마운 일이지만 - 이렇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게다가 TV는 알람시계로 사용하고, 걸그룹 이름하나 제대로 모르고, 육식보다 채식을 좋아하고, 돈에 큰 관심도 없고, 국제 운동경기에도 관심없고, 술은 못하고, 담배는 끊었다. 때문인지 사람들과 만나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주제를 찾는 일이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딴에는 노력해서 말도 많이 하고 리액션도 적극적으로 해보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기연민에 절망하고 결과는 ‘드립’으로 끝나버린다.

아이돌 허벅지에 관심 없다고 껴주지도 않는 더러운 세상 퉤!

1.
가장 친한 친구녀석이 장가를 갔다.
두 쪽 친구(?!)다.
신부도 좋은사람.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축가도 불러주었다.
과연 패왕별희의 데이(장국영)가 이러했는가.
그렇다고 나의 성(性)정체성을 의심한다면 섭섭하다.

2.
치열한 대한민국 필드에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스킬 중 하나는,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내 나름의 잣대이다.
특징이라면 긴 시전시간과 그에 비례하는 막강 데미지.
작렬하는 데미지에 살아남는 타겟이 많지 않다.
그래서 친구가 없는걸까?
라고 한다면 무책임할까?
책임질 일도 아닌데 뭐 어때.
이러고있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가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이제 막 눈을 뗀 녀석에서 걷는 녀석까지
자신들의 아이를 하나씩 데리고 나왔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찬 바람이 들더라.
왜 영화에서 보던 화면처럼 주변이 뿌옇게 흐려지고 행복해 보이는 한 가족이 있고.
정작 내 자신은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황.
내가 기름이 된 상황.

아니 친구들이 부럽거나 내 자신이 걱정되서가 아니라,
결국엔 내 친구들도 똑같구나. 결혼해서 아이낳고… 집값이 어떻고…
행복할까? 결혼이 행복인가? 아이가 행복인가? 평범함이 행복인가?

녀석들에게 뭘 기대한건 아니었는데.
친구녀석들 중 누군가에게서 모범적인(?) 일탈의 롤모델을 바란걸까.
내가 괴짜, 기인이 되어가고 있는걸까.

«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