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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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에 마트에 갔다가 와인을 한병 사왔다. 평소 눈여겨둔 녀석을 싸게 팔길래 냅다 질렀다. 집에 놔두고 인터넷 할 때나 와우 할 때 혹은 영화보면서 마시면 아주 좋다.
어느 블로그 글에선가 대형마트에서 할인해 파는 와인은 사지 말라는 글이 순간 생각이 났으나, 없이 사는 살림에 냉장고에 박아 두고 밥그릇에 따라마시는 와인으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냥 카트에 담았다.

1-1
따는게 익숙치 않아 코르크 마개가 반파 될 정도로 애를 먹었다. 경건하게 주변 널부러진 코르크 찌꺼기를 정리하고, 밥그릇에 가득은 아니고 1/3정도 따른다. 보니까 와인잔에도 그 만큼씩만 따르더라. 부서진 코르크 찌꺼기가 따라 나온다. 찌꺼기를 살살 불면서 천천히 음미한다. 내가 이렇게 치밀한 구석이 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과일향이 가득하고 달콤한게 맘에 쏙 들었다.
하지만 잠시뒤 예상대로 얼굴이 터질것 처럼 붉어지더니 급기야 어질어질… 푹 잤다. 역시 난 간이 없다.

2.
꿈에 도인이 나타나서는 몸 안 좋은데도 고쳐주고, 평소 고민도 시원하게 상담을 해주더니 내 오른쪽 눈썹을 밀어버렸다. 그날 내 주식은 온통 푸른빛이었다.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또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줘 패버릴거다.

3.
파스타를 참 좋아한다. 집구석에 파스타 재료도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파스타면, 파스타소스, 치즈와 핫소스, 파슬리까지.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귀차니즘과 평일에도 자주 만나는 여친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방치된다.
저번 주말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파스타를 해 먹었다. 나노테크놀로지를 적용한 듯 미세하게 덜익은 완벽한 면과 그에 못지 않은 훌륭한 소스를 붓고선 저번 먹다 남은 치즈를 얹었다. 그리고 파슬리로 마무리. 인스턴트 재료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파스타라기엔 국그릇 빼고 흠잡을 곳이 없다.
치즈가 잘 녹지 않는다. 치즈색이 왠지 투명하다. 얼핏 코코넛 조각과 유사하다. 배가 살살 아파온다. 일단 살살 코코넛을 피해 면만 골라 먹는다. 냉장고를 열어 제끼고 치즈 봉지를 살핀다. 푸른빛 치즈라니.

덧. 장을 게워내니 더욱 건강해진 느낌이다.

1.
피자헛의 파스타는 ‘싼맛에 나름 먹을만하다’라는 생각이다. 카프레제만 주문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
보상이 확연히 구분되는 고가의 상품을 구입한 이들에게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꼈다. 예상치 못한 감정에 놀람과 동시에 치졸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획득한 보상을 매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3.
귀여운 포뇨가 당황스러웠다.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납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하다니… 내년쯤 되면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하는 노인네가 되는게 아닐까 겁이 났었다. 그리고, 포뇨같은 딸이 갖고 싶어졌다.

4.
지나치게 김연아의 비중이 높은게 아닌가 생각된다. 언론이 김연아에 코 빠뜨리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어찌됐든, 언론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